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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속 이야기

말기 암 아내위해 ‘햇살 두 스푼, 바람 한 스푼’

말기 암 아내위해 ‘햇살 두 스푼, 바람 한 스푼’




“햇살 두 스푼? 세 번 넣을까. 세 번 넣으면 뜨겁겠지?”
“음.”

“바람 한 개?”

“기억 안 나, 빨리 주라.”

“간이 맞을지 모르겠다. 뜨거우니까, 조금씩 콩알만치 마셔….”

햇살과 바람으로 만든 차를 아내에게 대접할 줄 아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. 정창원(37)씨는 그런 남자다.

지난 12일 KBS 1TV ‘병원24시-그래도 당신이 좋아’편에 신혼살림을 차린 지 4개월 만에 간암말기 선고를 받은 아내와 예쁜 사랑을 가꾸며 사는 남편의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전경처럼 펼쳐져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.

방송에 따르면 서영란(28)씨는 간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. 그는 10센티미터의 종양을 떼어내기 위해 간의 60%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. 하지만 이미 폐와 뇌까지 암 세포가 깊숙이 퍼져 있었고, 더 이상 항암치료도 소용이 없는 상태였다.

신혼부부는 포르말린 냄새가 폴폴 풍기는 병원을 벗어나고 싶었다. 그들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. 아내와 함께 요양원에서 24시간을 붙어있는 새신랑 창원씨는 백방으로 구해온 수십 가지 약을 아내에게 챙겨주는 일부터, 조미료를 넣지 않은 무공해 음식으로 매 끼니를 차렸다.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아내를 위해서….

영란씨는 남편이 건네는 국을 맛있게 먹으며 “정창원표 북엇국, 아무 맛도 안 나는 정창원표”라며 사랑이 가득 담긴 투정을 부렸다가, 빨래를 하는 남편 옆에서 “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, 우리 신랑 팔뚝에 힘이 솟는다. 깨끗하게 빨래하면… 뽀뽀 세 번 해줄 게”라며 동요를 불러주는 애교만점의 아내다.

이들의 행복과 사랑이 늘 고소한 깨 맛은 아니다.

이날 방송에는 지리산 자락에 마련한 신혼집으로 향하던 중, 영란씨가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. 앰블런스에 실려 간 영란씨는 혈압이 급속히 떨어지고 몸 안에 출혈이 멈추지 않아 사경을 헤맸다.

그래도 영란씨는 “우리 사랑은 의리 같아요… 정말 서로를 목숨과 같이 여기는 것 같아요. 그래서 죽을 때까지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. 도반 같고, 친구 같고 정말 인생을 함께 가는 동반자…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. 우리들의 사랑”이라며 읊조렸다.

행복이 어떤 모습인지 알 길 없는 시청자들에게 창원씨 부부의 살겨운 모습이 바로 행복임을 깨닫게 해주었다.

“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랑이 있을까… 사람이 조금만 아파도 짜증이 나는 법인데 그 사람이 더 아파할까봐, 그 앞에선 눈물 한 방울 제대로 흘릴 수 없고, 뒤돌아서서 표정을 다시 고쳐 웃는 얼굴로 보여주는… 두 사람이 지금의 내 사랑은 투정일 뿐이라고, 정상적인 난 행복하다고 충고를 해주는 듯 했다.” (오은숙, 병원 24시 시청자 게시판)

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공기 맑은 지리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창순씨 부부가 햇빛이 쏟아지는 장독대가 있고, 마른장작을 쌓아놓은 마당이 있고, 채소가 웃자란 한 뼘 밭이 있는 그곳에서, 다시 평화롭게 웃는 날을… 간절히 희망해야 했다. (사진 = 아파도 아름답게 사랑하는 창원씨와 영란씨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, ‘병원24시’ 방송화면 가운데) [파이뉴스 백민호 기자] mino100@pimedia.co.kr